[RESEARCH] 외계 문명과 인류의 비밀 6편, 7편, 단편소설 BY 파토

■  외계 문명과 인류의 비밀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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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문명과 인류의 비밀 Chapter 6

 


 
 

기억들 하시겠지만 필자,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지난 5편을 끝낸 바 있었다.

 

까마득한 과거 거대한 범태양계 문명이 존재했고

우리는 그 멸망한 제국의 초라한 생존자일 뿐이다.

 

 

이런 담에 주변의 많은 우려가 있었다. 주로 ‘어쩔려고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끌고 가냐’는 잔소리들이 그것이었다. 머 필자도 즉흥적으로 만든 스토리는 아니고 오래 조금씩 구상한 대하 드라마의 보따리를 풀어 놓는 것뿐이지만, 내가 보기에도 좀 뜨아하게 거창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떡하랴. 기왕 여기까지 온 거 계속 이렇게 나가기로 한다. 대하 SF 엔터테인먼트 초고대 음모론. 열분들도 머 그런 걸 기대하시는 거 아니냐.

 

그러니 움찔해도 그냥 닥치고 즐기시라는.

 

 

———————————————–

 

 

그럼 이제 지난 시간까지 나온 이야기들을 근거로 저 태양계 문명의 상황이 어떠했을지 함 정리해 보자.

 

 

1.     태양계 내에는 지구, 화성, 행성 Z 최소한 3개의 기술 문명을 가진 행성이 존재했다.

2.     지난 편들에서 살펴본 정황과 증거들로 보아 이들은 우주 탐사와 행성간 여행이 가능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략 지금의 지구보다 수백 년 정도는 앞선 수준일 것이다.

 

3.     따라서 서로 이웃한 행성들인 이들은 다양한 형태로 교류했을 것이고, 실제로 제국과 같은 형태로 하나의 연합체를 꾸리고 있었거나 식민지 체제를 구축했거나 이합집산을 반복해 왔을지도 모른다.

4.     그러던 중 어느 시점에, 무슨 이유에선지 행성 Z는 그만 완전히 파괴되고 화성은 생명이 살 수 없는 병으로 죽고 말았다.

5.     이 와중에 지구 역시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지 않았을 리 없다.

 

 

대략 이런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거다.

 

그렇다면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큰 의문은 뭘까? 그것은 행성 Z와 화성이 대체 왜 저렇듯 괴멸되었느냐는 거다. 이 궁금증을 풀어내지 못하면 태양계 문명의 실체와 이후 지구와의 관계 등등 다른 이야기들을 끌고 나가기 어려우니 어떻게든 추리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행성 Z는 이미 수억 개의 돌조각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지난번에 등장한 에로스 정도 외에는 물리적인 증거를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결국 화성의 죽음을 통해서 접근하는 수 밖에 없는 일…

 

 


 

 

그럼 이제 화성의 충돌 흔적으로 돌아가보자.

 

지난번에 말했듯이 이 거대한 충돌 분화구, Hellas Planitia(왼쪽 아래 남색 지역)는 지름 1천 킬로미터가 넘는 물체가 부딪힌 흔적일 거라는 학계의 주장이 있었다. 이 분화구는 물론이고 반대편 보레알리스 분지(하늘색 부분)의 꼴을 보면 일반 소행성 충돌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극강의 타격이 가해진 것은 분명하다.

 

이런 먼가가 화성에 부딪혔다면, 그리고 마침 화성의 바로 바깥 궤도에서 행성 하나가 파괴된 적이 있다면 결국 거기서 날라온 파편이 아닐까 일단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머 그게 사실일 수도 있겠지만 실은 이런 직관적인 생각과는 달리 거대한 파편이 우주공간을 가로질러 날아와 부딪힐 가능성은 대단히 낮은 대신 자잘한 파편들의 융단폭격이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 전편들에서 현재 남은 잔해(가장 큰 소행성인 세레스)등과의 비교를 통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바 있었다.

 

이렇게 본다면 이 자국은 Z의 파편이 만들어낸 흔적이 아닐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도대체 뭘까? 주류 학자들의 주장처럼 그저 수십억 년 전에 비정상적으로 큰 소행성이 부딪혀 만든 자국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화성을 죽인 것일까…?

 

 

 

 

화성은 고대로부터 전쟁의 신(Mars)를 상징하며 폭력과 공포, 불길함의 표상이다. 특유의 붉은 색 때문에 이런 이미지가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많은 신화와 전설들이 그렇듯 여기에도 잊혀져 버린 선사시대의 아련한 무의식적 기억들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런 가능성을 잘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화성과 실제 전쟁이 현실적으로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상상은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차피 지금까지의 논의의 흐름에 따른다면 안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 본다면, 화성을 전쟁의 신으로 인류의 뇌리에 자리매김한 초고대의 무시무시한 전쟁이 실제로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파괴된 두 행성, 즉 화성과 행성 Z 사이에서 일어난 것임에 분명하다. 그 결과로 두 행성은 그만 이렇듯 끔찍한 공멸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아마도 오랜 세월 교류하고 살았을 그들 사이에서 왜 이런 공도동망의 전면전이 일어났는지, 어느 쪽이 먼저 공격을 했는지 등의 디테일까지 알아내는 건 아득한 시공간의 장벽으로 인해 사실상 무리다. 허나 지금 남아 있는 잔재들의 상태를 생각해 본다면 양쪽 다 막판에는 거대한 한방에 승부를 걸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행성 Z는 완파되어 가루가 되어 흩뿌려지고 화성은 저렇듯 붉은 죽음의 별이 되어 시체처럼 우주를 떠돌게 된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이 전쟁의 실체에 대해 다소나마 함 접근해 보자. 이렇게 말하면 열분들은 그게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인 건지 심각한 의문이 들 거다. 아 물론 무척 어려운 일이고 극한적인 상상력과 담대한(?) 추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 우리에게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여기에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열쇠가 이미 주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달.

 

 


 

 

지난 번에도 한번 링크를 해 드렸지만 오래 전인 2001년 필자는 다양한 논거를 들어 달의 이상한 성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 바 있었다. 머 다시 가서 그 긴 글을 보긴 귀찮고도 혼란스러우니 중요한 것만 정리해 드린다면 아래와 같다.

 

 

1.     달의 질량은 지구의 81.3분의 1이며 반지름은 지구의 4분의 1로 수성에 근접한 크기이며, 모든 다른 태양계 위성 중 모성에 비해 가장 크다. 반면 지구의 반정도 크기인 화성의 위성인 데이모스와 포보스는 반지름이 6~8km 에 불과한 돌덩이일 뿐이다.

2.     달에는 매달 지진에 가까운 진동이 발생하며, 지진파 검사 결과 작은 진동이 조금씩 커지면서 극한점에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등 지구와 진동 유형이 전혀 다르다. 이는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속이 종처럼 비어있다는 점을 시시한다.

 

3.     달의 지하에서의 지진파는 지각 내 특정 깊이에서 초고속으로 움직이고 이는 매우 밀도가 높은 물질이 균일하게 묻혀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9.6km/s 에 달하는 이 속도는 고밀도 암석층보다 더 단단한 물체, 즉 고체 상태의 금속이 있어야 달성 가능하다.

 

4.     달 표면에는 5천도의 고온에서만 생성 가능한 티타늄과 지르코늄이 흔하게 널려 있는데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한편 구 소련의 탐사선이 실어온 달의 철은 수십 년이 지나도록 일체의 미세한 산화 작용도 보이지 않고 있다.

 

5.     아폴로 12호와 14호가 달에서 채집해온 샘플에서는 우라늄 236이 발견되었다. 이는 실험실에서 동위원소를 인위적으로 삽입해 만들어야 하는 특수한 물질이다. 이외에도 달 표면에는 방사성 물질이 비정상적으로 많으며 방사능 수치 자체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6.     달 표면에는 상당한 규모의 결정화된 모래 지역이 존재하는데 이런 현상은 수백만 도에 달하는 극초고열을 통해서만 발생 가능하다. 유사한 모래 입자는 지구상의 뉴멕시코나 네바다 사막 일원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핵실험 지역에서만.

 

 

5천만 도가 넘는 원자폭탄의 열에 의해

유리 결정화 된 핵실험장의 모래. 이런 극초고열

은 태양 내부에서도 잘 생겨나지 않는다.

 

 

7.     세계의 대부분 지역에 존재하는 대홍수 전설 이전의 세계에 대한 묘사 속에는 달이 언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홍수 이전부터 시작되는, 천문학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마야인들의 연대기에는 달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다. 오히려 밤하늘에 빛나는 존재로 묘사되는 것은 달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작게 보이는 금성이다.

 

8.     남아프리카 부시맨 족의 신화는 홍수 이전에는 밤하늘에 달이 보이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그리스 펠로폰네소스의 전설상의 나라 ‘아르카디아’의 구전에 따르면 홍수 이전에는 걱정과 슬픔을 모르는 천국 같은 세상이 있었으며 달은 홍수 후에 나타났다고 한다.

 

9.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의 감독관이었던 아볼로니우스는 기원전 3세기에 ‘과거에는 지구의 하늘에서 달을 볼 수 없었다’ 고 기록하고 있다. 한편 핀란드의 서사시 ‘칼레왈라’와 남아메리카 전설은 대홍수 등 우주 대격변의 원인이 달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10.  달은 전통적으로 불길함, 공포, 사악함, 늑대인간, 정신이상 등을 상징한다. 이 중 일부 상징은 화성과도 일치한다.

 

 

자, 어떤 생각들이 드시는가…?

 

위의 다양한 단서들을 조합하면, 달의 내부는 비어있고 초합금 껍데기로 덮여 있으며 표면에는 이상한 방사성 물질과 극초고온의 흔적인 모래들이 굴러다니고… 무엇보다도 대홍수 이전에는 지구 궤도에 아예 없었다는 소리가 된다.

 

이쯤 되면 우리가 다시 떠올릴 수 밖에 없는 넘이 하나 있지 않냐.

 

 

 


 

 

아시겠지만 이넘의 주된 역할은 아래처럼 빔을 발사해서,

 

 


 

 

레이아 공주의 고향별인 앨더런(Alderaan)을 이렇게 박살내는 것이었다.

 

 

 


 

 

다만 달이 이 용도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타격의 목표는 지구는 아니었다. 이는 우리가 아직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로 간단하게 증명된다. 그렇다면 결국 이 넘은 화성과 행성 Z 중 하나가 건설한 상대에 대한 공격용 무기였을 텐데, 과연 어느 쪽이 만든 것일까…?

 

아마도 화성을 공격하기 위한 행성 Z의 무기일 것이다.

 

이유는 심플하다. 공전궤도상 세 행성은 지구, 화성, Z의 순서로 놓여 있다. 따라서 화성이 Z를 공격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타겟과 멀어지는 지구 쪽으로 굳이 데쓰스타를 보낼 이유는 전혀 없다. 미사일이건 광선무기건 거리가 멀어지면 그만큼 약해지고 부정확해 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반면 Z의 입장은 다르다. 비록 모성에서 멀리까지 보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일단 지구궤도에 올려 놓으면 화성과의 거리는 적어도 Z에서와 비슷하거나 어쩌면 훨씬 가까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경우 당연히 타겟에 대한 무기의 파워나 정확성도 높아진다.

 

그러나 이때 지구상에도 분명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따라서 행성 Z가 이렇게 제 맘대로 지구궤도에 공격위성을 띄울 수 있으려면 지구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 중 일부가 충족되어야 한다.

 

 

1.     지구인들의 과학기술력이 여기에 딴지를 걸만큼 발전되지 못하여(원시인 상태 혹은 전형적인 고대문명)우주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던 애당초 간여할 수 없었다.

2.     지구는 행성 Z와 동맹 관계거나 주민들 일부가 이주해 살아온 식민지로 Z의 활동에 우호적이며, 모성으로서는 그런 지구를 화성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해야 할 필요도 있었다.

 

3.     혹은 반대로, 지구는 화성과 우호적 관계가 있거나 화성의 식민지였고 행성 Z는 그런 화성을 압박하고 화성에 의한 모성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지구를 인질로 삼았다.

 

 

모두 대략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필자의 선택은 2번 쪽으로 기운다. 왜?

 

그것은 우리 지구인들에게 아직 남아 있는 화성에 대한 두려움의 심리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화성은 언제부터인지 모를 수천 년 전부터 불길함의 상징이며 전쟁의 신으로 불렸다. 게다가 위성 포보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공포의 신’이며 또 다른 위성 데이모스는 ‘근심과 걱정의 신’ 이기까지 하다는 사실.

 

그리고 인류는 이상하게도 오래 전부터 화성인에 대한 구체적인 존재감과 공포심을 함께 갖고 있다. 수십 년 전까지도 지구를 찾아오는 외계인은 통칭해서 그냥 화성인이라고 불렸다. 심지어 화성인을 뜻하는 ‘Martian’은 사전에 등재된 공식 영어 단어다. 금성인, 목성인 따위는 아무리 영어 사전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H.G 웰즈의 소설 ‘우주 전쟁’(원제: The War of the Worlds)에서도 화성인은 다짜고짜 지구를 침공해 인간을 무작정 살육하는 끔찍한 존재로 묘사된다. 미국의 천재 감독 오손 웰즈는 1938년 10월 30일, 이 소설을 기반으로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화성인의 침공을 보도함으로써 미국 전체를 패닉 상태에 빠지게 했다. 굳이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한 것도 그렇지만, 여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쉽게 속았다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다. 무엇이 그토록 두려웠던 걸까?

 

그 외에 화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 소설, 만화, 영화는 셀 수도 없이 많으며 그 대부분은 전쟁이나 재난, 멸망, 잊혀진 비밀 등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이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융(Karl Jung)의 관점을 빌리자면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이 인류의 뇌리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그 집단무의식은 아득한 옛날에 있었던 공포스러운 화성인들과의 기억에서 비롯된 것인가…?

 

비록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두 행성이 파괴되는 와중에 지구에도 분명 엄청난 재앙이 닥쳤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중력 균형의 붕괴에 따른 지진과 홍수, 심지어는 자전축이나 공전 궤도가 불안해져 낮과 밤, 계절의 변화도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이렇게 기존의 질서는 무너지고 행성 Z와 지구의 원주민들이 함께 일군 혼혈 식민지 문명은 말 그대로 하루 아침에 궤멸되고 만다.

 

마음의 고향인 모성은 삽시간에 하늘에서 폭발해 사라져 버리고(지구에서 맨눈으로도 관찰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늘과 땅의 뒤집어지는 엄청난 재앙이 닥쳐오는 가운데 그들이 느꼈던 공포와 혼란, 좌절이 어떠했을지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어 그 모든 극단적인 감정들은 온전히 화성에 대한 공포로 전이되고, 그 공포는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되어 구전되면서 대를 이어 후손들에게 전해지고 각인되어 간다.

 

한편 이 기억은 화성에 대한 것과는 별개로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를 멸망에의 공포, 세상의 끝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관념 또한 본능처럼 남기게 된다.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 인류는 최후의 심판이나 말세, 지구 멸망 따위의 둠스데이 시나리오에, 때로는 한없이 엉성한 것들에 조차, 그토록 쉽사리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폭발하는 모성을 지켜보며 경악하던 그 기억, 어떤 위대한 문명이던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믿기지 않는 현실. 그것은 개인의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가히 절대적 허무였을 것이다.

 

그러나 물론 행성 Z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들 역시 최후의 한방을 통해 적 행성을 회생 불능의 시체로 만들어 버린다. 거의 동시에 공멸의 길을 걸으면서도 이처럼 강력한 마지막 공격을 서로에게 날릴 수 있었던 것은 그 공격이 양쪽 다 모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성 Z는 돌조각으로 산산조각 나는 와중에서조차 화성에 크로스 카운터를 날릴 수 있었고, 화성 역시 지각의 절반이 날아가고 대기가 증발하는 상황에서도 Z를 파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화성을 파괴한 것은 다름아닌 창밖에 떠 있는 저 핏빛 달이다. 그렇다면 Z를 가루로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행성 하나를 송두리째 날려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졌던 또 하나의 무기가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그 무기도 저 달처럼 어딘가에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To be continued

외계문명과 인류의 비밀 Chapter 7

 

최근 이 시리즈 좀 오래 업데를 못했다. 독도와 명진스님 등등 이것저것 크고 중요한 이슈가 계속 있어왔으니 이해하시고 바로 본론 들어가자.

 

Just enjoy. 응?

 

 

파괴되기 전 행성 Z의 모습(…)

멀리 보이는 연이은 작은 갈색 점이 화성과 지구.

아름다운 핑크색 혜성의 좌측 아래에

차갑고 기계적인 데쓰스타의 모습도 보인다.

 

 

 지난 호의 마지막 부분을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l  지구는 행성 Z의 준 식민지였고 달은 행성 Z가 지구 궤도에 띄워 놓은 화성 공격용 데쓰스타다.

 

l  달의 공격을 받은 화성은 지표의 절반이 날아가고 대기가 증발해 사실상 사멸한다.

 

l  한편 화성 역시 그들 버전의 데쓰스타를 발진시켰고 행성 Z는 그 공격을 받아 전면 파괴된다.

 

l  그리하여 두 행성은 이 두 극강 무기의 대리전 속에서 공멸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우원이 말미에 화성의 데쓰스타로 지목한 것은 바로 이넘이었다.

 

 

 


 

이아페투스(Iapetus).

 

토성의 이 이상한 위성에 대해서는 지난 번에 대략 다룬 적이 있으니 기억나실 거다. 지름 1460km의 크지 않은 위성. 그러나 적도 전체를 휘감고 있는, 길이 4500km에 최고 높이 20km나 되는 거대한 주름… 가히 태양계에서 가장 기이하다고 할 불가사의한 천체다.

 

이 주름과 한쪽 구석의 거대한 분화구로 인해 이아페투스가 달보다 외양부터 더 데쓰스타스럽다는 점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런 닮은 외모만으로 그 근거를 삼기에는 태부족. 우원이 굳이 이 넘을 화성의 비밀병기로 지목하는 데는 그 외에 몇 가지 중요한 이유가 더 있다.

 

먼저 아래를 보자.

 

 

 


 

 

오래 전 보이저 2호가 찍은 사진인데, 해상도가 낮아 주름은 잘 보이지 않지만 한쪽 구석이 이상하게도 시커멓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위성 표면의 명도 차이는 엄청나서 어두운 쪽은 알베도(반사율) 0.03~0.05 인데 반해 밝은 쪽은 0.5~0.6 에 달한다. 알베도 0.5는 지구 평균인 0.31보다 훨씬 높은 것이고 0.03~0.05는 숯검댕의 수준이다.

 

이 이상한 상태로 인해 과거에도 학자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이건 단순한 우연이나 빛의 착각은 아니다. 아래는 카시니가 최근 찍은 선명한 이아페투스의 또다른 사진인데, 우측의 어두운 부분은 그림자 따위가 아니라 마치 진짜 숯검댕을 칠해 놓은 것 같은 모양새와 질감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아페투스 표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 검은 물질은 대체 무엇일까…? 그간 학자들이 내놓은 복잡하고도 다양한 의견도 실은 추정 수준에 불과하다.

 

허나 우원은 언제나 그렇듯 직선적인 답을 주창한다. 이건 진짜 숯검댕이다. 즉 탄소가 주성분인 일종의 잿더미나 화약류의 잔재인 것이다. 그럼 숯검댕이 이렇게 거대한 규모로 위성 표면을 덮으려면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할까…?

 

당근 근거리에서의 거대한 폭발이다. 그것도 행성 규모의.

 

그럼 여기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자.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을 빌려온들 행성 Z의 크기를 추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구와 화성의 크기를 생각해 본다면 대략 그 지점 어느 선일 거라고 가정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형 생명이 살았다는 전제가 깔려 있고 또 남아있는 잔해로 보아도 목성이나 토성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아페투스가 달보다 훨씬 작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대략 아래와 같은 추리가 가능하다.

 

l  행성 Z는 화성보다 작거나 비슷한 크기였다(지구를 식민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서도 그리 큰 행성이 아니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

 

l  달과 이아페투스의 크기 차이로 보아 달이 원거리 저격용(광선) 무기임에 반해 이아페투스는 근접 파괴용(폭파) 무기였을 것이다.

 

이는 화성이 완전 파괴되지 않은 데에 반해 Z는 산산조각이 났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근접 파괴용이라면 이아페투스는 공격 후 폭발 속에서 함께 파괴되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로 이아페투스는 파괴되지 않았고, 숯검댕과 거대한 충돌 분화구 몇 개만을 남긴 채 외행성계 쪽으로 튕겨가게 되었다.

l  그렇게 날아가던 이아페투스는 진행 방향에서 만나게 된 토성의 강한 인력권으로 인해 궤도에 안착하고 결국 위성이 된다.

 

 

게다가 우원의 이런 상상을 받쳐주는 또 하나의 정황이 있다.

 

지난번에 잠깐 언급했지만 이아페투스는 거대한 토성을 한 바퀴 도는 공전 주기가 ‘16시간’에 불과할 정도로 초고속으로 움직이던 것이 현재의 79일로 느려졌다고 추정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위의 추리와도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엄청난 속도로 튕겨나가던 이아페투스가 토성의 인력권에 걸려들어 고속 회전을 시작하고, 이에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느려져 가는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되지 않냐 말이다.

 

그렇게 고장난 데쓰스타 이아페투스는 숯검댕을 묻히고 태고적 우주 전쟁의 비밀을 간직한 채 머나먼 토성 주위를 오늘도 돌고 있다. 아서 클락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소설버전에서 모노리쓰의 위치로 굳이 이 위성을 언급한 것은 그런 사실에 대한 직관적인, 혹은 집단무의식적인 기억의 발로일까. 

 


 

이렇게 두 행성은 파괴되었고 태양계 문명 중 오직 지구만이 살아 남았다. 그럼 이 시기 지구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행성 직렬이니 그랜드 크로스 같은 상황이 만들어내는 우주적 중력 불균형에 대한 많은 우려들이 소위 둠스데이 시나리오 함께 자주 거론되곤 했다는 점, 다들 기억하실 거다. 그때는 머 별다른 일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만약 지금 이 스토리가 사실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화성이 받은 엄청난 충격은 화성 궤도를 심하게 뒤틀어 놓았을 것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행성 Z는 아예 존재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이 우주적 대파국이 태양계 행성계의 중력장에 미친 영향은 괄목할만 했을 것이며, 따라서 지구상에도 괴멸적인 재앙이 엄습했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이 재앙은 과연 무엇일까…?

 

인류의 선사시대를 살펴보면 놀랍게도 지구상의 모든 문명권에 걸쳐 비슷한 시기에 같은 전설을 전하고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이넘이다.

 

 

노아의 방주 전설을 시작으로 아틀란티스를 멸망시킨 대홍수 전설, 아파치와 모하비 등 북아메리카 원주민 전승, 인도 힌두교 전설, 이집트 전승, 잉카 전승, 아즈텍 전승, 수메르 전설, 바빌로니아 전설, 백두산 신화, 중국… 실로 모든 대륙에 걸쳐 존재하는 까마득한 옛날 대홍수의 기억들.

 

통신과 교통이 발달한 지금과는 달리 서로 다른 세상이나 다름없던 이 지역들이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일 수 없다. 실제로 어느 시기에 지구 전체를 강타하고 문명을 괴멸시키다시피 한 대홍수가 있었던 것이고, 이런 범지구적 홍수를 야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의 근원은 우주적인 중력 불균형이 가장 유력하고도 확실한 후보다. 이는 매일 반복되는 조수간만의 차가 달의 인력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홍수가 일어난 때는 언제일까.

 

 

그것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기원전 9500년, 즉 지금으로부터 1만 500년 전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정황 증거가 있다.

 

 

l  마지막 빙하시대는 약 1만년에서 1만 2천년 전 사이에 끝났다. 그 이유는 정확하지 않으나 이 시점에서 범지구적 기후 변화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또 이야기하자).

 

l  맘모스와 아이리쉬 앨크 등 다양한 생물들이 10,500년 전에 한꺼번에 멸종했다.

 

l  컴퓨터로 확인 결과 이집트의 스핑크스는 10,500년 전 태양이 사자자리 0도에서 뜨는 방향을 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후 언급하겠지만 이집트는 대홍수로 사라진 지구 / 행성Z 혼합 문명의 후계자며 스핑크스는 바로 그 기념비이다.

 

l  이집트 기자의 대 피라미드는 기원전 10,500년 전의 오리온 자리의 삼태성의 각도에 맞춰 건설한 것이다. 한편 중국 서안의 피라밋군 역시 10,500년 전의 삼태성을 기준으로 하며 기자 피라미드 군과 정확히 그 각도가 일치한다.

 

 

 

왼쪽이 기자의 피라밋군. 오른쪽은 중국 서안의 피라밋군.

사진에서 보듯 위치 관계상의 숨길 수 없는 공통점은

다른 대륙에 있는 이 두 피라밋군이 실은 초고대의 공통 문화의

사상적 배경하에서 건립되었음을 보여준다.

 

 

l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는 10,500년 전 하늘의 용자리에 맞춰 건립된 것이다.

 

l  신석기 문화는 대략 10,50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혹은 이 시점에서 문명은 신석기로 퇴보했다.

 

l  농업은 BC 10,000년경에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으며, 주요 지역은 모두 해발 1,500미터 이상의 고원지대였다. 물이 빠지고 다시 경작을 시작하기 위한 충분한 기간과, 저지대에 대한 인류의 두려움을 반영하는 걸까.

 

l  10,500년 전 북부 알래스카의 기후는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온난하고 건조한 기후로 변화했다. 그러나 상식적인 결론과는 달리 산불 빈도는 현저히 낮아진다(미국 몬태나 대학 연구결과). 홍수에 의해 육지 면적 자체가 적어진 결과인가.

 

 

거기에 더해, 아틀란티스의 ‘전설’(플라톤은 실제 역사라는 관점을 취함)을 유럽에 전한 철학자 플라톤은 그 멸망을 당시로부터 약 9천년 전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플라톤은 기원전 360년 경의 인물이니 이는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약 1만 500년 전이다.

 

이 외에도 10,500년 전을 가리키는 지표는 수없이 많다. 만약 대홍수가 이때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구체적인 연도가 전혀 상관없는 지역과 범주를 넘나들며 계속 등장하고 있는 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틀란티스의 상상도. 그러나 ‘대륙’ 이라고 불린 만큼,

실제로는 전형적인 고대 유적 도시를 연상케 하는

이 그림보다 훨씬 거대하고 또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 이제 우리의 주 논의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끌어나가 보자.

 

과거 지구상에는 아틀란티스로 대변되는 거대한 기술 문명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 문명은 지구의 원주민과 행성 Z의 방문객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수립한 혼혈 복합 문명이었고. 행성 Z의 방문객들은 처음엔 신으로 여겨졌으나 조금씩 원주민들과 동화되어 갔을 것이다.

 

이렇듯 ‘지식과 기술을 전수해 준 하늘에서 온 존재’의 설화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문화권에 존재하며 헤르메스, 토트, 길가메시, 오안네스, 케찰코아틀, 비라코차, 쿠쿨칸, 호루스, 심지어 고조선의 환웅설화도 대략 여기에 해당한다. 우원은 이 모든 다른 이름들이 사실은 아주 오래된 하나의 기억에서 전파되면서 가지를 친 거라고 믿는다. 즉 헤르메스와 환웅은 실은 같은 존재이며 지역적 특색에 따라 스토리가 분화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공통된 기억은 수천 년이 아닌 수만 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이 지구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것은 아마도 4만년 전 가량일 것이다. 이유는 이 시점에서 (원주민인) 네안데르탈인이 신생 인류인 크로마뇽인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은 체격은 물론 두뇌용량도 크로마뇽인보다 컸는데, 고인류학적 시간 척도에서 보자면 말 그대로 순식간에 전멸하여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사실상의 현생인류)의 유전자는 99.5%의 일치를 보인다. 얼핏 대단히 높아 보이지만, 모든 면에서 확연히 다른 동물인 현생인류와 침팬지의 일치율이 98.8%에 달한다는 점을 볼 때 사실 이 차이는 상당히 큰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교미를 하여 자손을 낳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네안데르탈인이 크로마뇽인으로 서서히 진화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하던 네안데르탈인과는 별 상관없이 크로마뇽인이 어디선가 갑자기 출현하여 번성해 간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네안데르탈인은 도태되고 멸종한 거다.

 

…이 지점이 바로 행성 Z가 지구의 진화와 생명에 관여한 부분일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인류로 태어난 그들은 얼마 안 가서 지구 전역을 탐사하고 지도를 만들고, 현대의 크레인을 사용해도 나를 수 없는 거대한 바위들로 수많은 건물을 세우고, 나아가 우주와 교통할 정도로 거의 모든 면에서 지금의 인류 문명을 훨씬 능가하는 기술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당시 이런 고등 문명의 수립이 가능했던 이유는 크로마뇽인과 우리가 타고난 지적 능력에서 사실상 아무 차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3만년 가까이 원시적인 타제석기나 동물의 뼈 등을 사용하며 네안데르탈인이나 다름없이 정체되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그러다가 기원전 10,500년경에 이르러서야 무슨 이유에선지 갑자기 신석기 문화를 일으키고 문명을 쌓아나가고 대피라밋을 건설하고 수학과 물리학과 내연기관과 원자력을 발명하여 지금의 과학문명에 이르렀다는 건가?

 

신석기 문명이 1만년의 세월 동안 우주개발 문명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그 이전의 2만 5천년 동안에도 그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었으며, 더 긴 시간이 주어졌던 만큼 훨씬 더 발전한 단계에까지 도달했을 가능성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그 찬란한 범 지구적 문명의 잔재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길게는 수십 년이나 혹은 수백 년 동안 이어졌을지도 모를 대홍수의 힘 때문일 것이다. 물론 아래와 같은 예외도 있지만.

 


  

 

일본 요나구니 섬의 해저에서 발견된 유적들.

이 지역이 조성된 것은 보수적인 주류학자들도 약 8천년 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사의 관점에서는 이때 이런 유적을 지을 수

있는 문명은 없었기 때문에 누가 봐도 확연한 인공 건조물들을

‘설명할 수 없는 자연현상’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물적 증거가 이론에 의해 부정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예. 

 

 

여하튼, 이렇게 2만년 이상 번성하던 ‘아틀란티스(뭐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문명은 기원전 10,500년에 일어난 화성과 행성 Z의 전쟁으로 인한 거대한 홍수와 지각 변동으로 송두리째 쓸려가 버린다. 건물은 무너지고 도시는 물에 잠기고 인간과 생물들은 죽어갔고, 그 결과 화려했던 문명의 역사와 지식, 기술은 조금씩 잊혀져 신화와 전설로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재앙의 원인인 저 화성은 그러는 동안 불길한 핏빛 별로 변해 버렸고, 언젠가부터 지구 궤도에 떡하니 자리잡은 달과 함께 전쟁과 광기, 죽음과 멸망을 상징하는 존재로 인류에게 각인되기에 이른다.

 

결국 우리가 지금 교과서에서 배우는 인류의 역사는 이 모든 공포와 파괴가 훑고 지나간 후, 과거의 화려하고도 위대한 문명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소수의 생존자와 그 후손들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세상에 대한 것일 뿐이다.

 

까마득한 옛날 문명을 전해주던 현인들의 이야기와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황금시대에 대한 동경을 가슴에 안은 채, 뼈 속 깊이 각인된 대홍수의 공포에 떨며 고지대에 옹기종기 모여 초라한 돌칼과 돌곡괭이를 들고 먹을 것을 구하던…

 

그때부터의 기록일 뿐인 것이다.

To Be Continued

외계문명과 인류의 비밀 

 (단편소설 편)

어떤 분이 우원이 쓰고 있는 이 이야기가 제임스 호건의 SF 소설 ‘별의 계승자’와 흡사하다는 말을 해 주었다. 그래서 며칠 전 그 책을 사서 주말 내 읽어 봤다.

알라딘에는 책을 산 후에 구매리스트에 가도 이런 식으로 나오더라는.

결론적으로 상당히 비슷하긴 하다. 두 세가지 주요 포인트에서는 동일한 접근이라고 봐도 되는데 가장 큰 차이라면 이 책에는 화성 관련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1977년, 즉 바이킹의 인면암 사진이 공개되기도 전의 소설임을 감안하면 머 이상할 것도 없는 일. 암튼 이걸 보면서 내 이야기를 소설로 쓰지 않은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잘 써도 아류 소리를 피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잘 쓴 소설을 읽고 먼가 좀 필이 꽂힌 건 사실. 그래서 오늘은 이야기의 배경을 지구로 본격 전환하기 전에 단편소설 형식으로 한번 접근해 볼까 싶다.

그들의 마지막 날에 대해.

 <기나긴 노을>

“C 인젝터를 다시 점검해.”

두캇 상사의 명령이 떨어졌다. 벌써 세 번이나 점검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나 보다. 젠스는 빈정이 상했지만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었다. 저 굵고 낮은 목소리를 등 뒤에서만 들어도 소름이 돋을 지경인데, 2미터의 키와 날아간 얼굴의 반쪽을 지지하고 있는 탄소강 보강재의 칠흑같은 섬찟함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상사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거친 사람이지만 그가 없었다면 제 3 공병대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1백 명이던 인원이 겨우 24명으로 줄어 있었지만, 달티냐 기지가 적의 미사일 공격으로 괴멸되는 와중에 상사의 어울리지 않는 꼼꼼함이 그들을 구해냈다. 아무도 달티냐 기지가 직접 폭격 당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때, 저 지긋지긋한 상사 덕택에 그들은 매일 점호 직전까지 방어 실드를 점검하고 반충격 유체를 재주입 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드는 미사일을 이겨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붕의 3분의 1은 잠들었던 대원들이 무기를 챙겨 지하 방공호로 몸을 날릴 1분의 시간 동안 버텨주었다. 나머지는 그대로 내려 앉아 그 아래 잠자던 76명을 암석과 카본, 철, 그리고 실드에서 흘러나온 맥독성 유체의 반죽으로 만들어 버렸지만 말이다.

‘다 끝났습니다. 인젝터 이상 없음. 30분 내로 재 발사가 가능합니다’

젠스가 상념에 빠져 있는 동안, 옆에서 종일 정비 작업을 같이 한 사리아가 크고 새된 소리로 대답했다. 상사에 대한 사리아의 충성은 단순한 병사의 그것 이상이다. 물론 그녀가 그를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남자 병사들이 갖는 치기 어린 경쟁심을 그녀는 갖고 있지 않았을 뿐이다.

그에게 상사는 제 3 공병대의 위대한 수호신이었고 어쩌다 한번씩 나누던 섹스는 전우애와 존경의 의미였을 뿐 남녀간의 감정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다. 최소한 사리아의 말에 따르면 그랬다.

젠스는 작업 중이던 언덕 위에서 몸을 일으켜, 발 아래 회색 평원에 솟아오른 기지를 바라보았다. 행성 전체를 합쳐 3천 개나 존재하는 대 미사일 방호기지. 그럼에도 저들이 쏘아대는 미사일의 70% 밖에 격추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30%는 그대로 경작지와 마을, 숲, 그리고 도시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그가 아는 것만도 300번의 핵폭발이 있었고, 얼마나 더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과연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걸까…?’

아무도 듣지 못하게 혼자 속삭였다고 생각했는데, 시리아가 차갑게 쏘아 붙였다.

“또 시작이네 젠스 상병. 전황 브리핑을 들었잖아. 이제 얼마 안 남았다구. 지금까지의 전세를 뒤집어놓을 획기적인 대책이 있다잖아.”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사리아는 그 말을 다 믿는단 말이야? 누가 봐도 우리는 적을 제대로 타격하지 못하고 있어. 얼마 동안 이 상태냐구. 지난 주에는 케프리 시가 결국 당했잖아. 케프리의 인구 3천 5백만 중에 살아남은 사람이 백만도 안돼. 이건 지는 게임이야 결국.”

사리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잠시 숨을 몰아 쉬던 그녀는 그러나 의외로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알아. 지금까지는 그랬다는 거. 하지만 상부에서도 인정했잖아. 계산 착오가 있었다고. 우리 광선 무기는 놈들의 땅에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거. 그걸 아는 상태에서 대책을 세운 거라고.”

그런 말들, 어떻게든 사기를 끌어올리려는 정부의 허황된 프로파간다일 뿐이다. 하지만 젠스는 그녀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런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 큰 행성에서, 한때 연인이었다가 운명의 전쟁에 같이 징집되어, 3년 동안 수많은 죽음을 함께 겪고, 이제 허리에 개인화기 하나씩 차고 대 미사일 빔의 연료 주입기를 고치고 있는 처지에서 말다툼에서 이겨 본들 대체 무슨 소용인가.

그때, 때마침 다시 다가온 두캇 상사의 둔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젠스, 사리아! 끝났으면 내려가자. 오늘은 일찍 숙소에 집결해 있으라는 명령이야.”

그들은 장비를 주섬주섬 챙겨 일어났다. 사실 적의 미사일 공격에서 제일 안전한 곳은 10 킬로미터쯤 떨어진 숙소가 아니라 방호기지 주변이었다. 그래서 공병대원들은 가급적 기지 인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고칠 것은 찾으면 언제나 있었고, 여름 밤은 노숙을 해도 추울 정도는 아니었다. 적어도 지붕이 무너지는 악몽에는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차량으로 숙소에 도착한 것은 반시간쯤 후였다. 달티냐 기지의 최첨단 경보 시스템무용지물이란 것을 안 이후 3 공병대는 언제나 천으로 된 텐트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이 텐트가 다른 점이 있다면 천정이 완전히 투명하다는 것, 그래서 우주 공간을 가로질러 날아오는 미사일의 로켓 화염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일찍 발견하기만 하면 미사일의 궤적을 계산해서 안전한 곳까지 옮길 시간은 있었다.

지난 3개월 동안 대피한 적은 단 한번, 그러나 알고 보니 그것은 적의 미사일이 아니라 아무 해도 없는, 오히려 아름답기까지 했던 작은 유성일 뿐이었다.

두캇과 젠스, 사리아가 숙소에 들어왔을 때 이미 그곳에는 21명의 동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방영되고 있지 않은 스크린 앞에 모여서 그들은 평소와 다르게 웅성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상사의 굵은 목소리가 들리자 그들은 모두 입구 쪽을 돌아보았다. 너무도 오랜만에 보는 동료들의 밝은 표정들에 젠스는 어리둥절했다.

그 중 가장 어린 미냐 일병이 흥분해서 외쳤다.

“상사님. 신무기요. 사실이래요. 조금 후에 거기에 대한 사령부의 방송이 있을 예정이래요. 우리가 이긴대요!”

미냐 일병이 저런 큰 목소리로 말하는 걸 들은 부대원은 아무도 없었다. 18세라고 하지만 15세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앳된 모습. 달티냐 기지의 참사에서 친오빠를 잃었을 때도, 마아니지 숲에서 부대 전원이 길을 잃고 7일간이나 헤매다 결국 파상풍에 걸려 왼손을 절단하게 되었을 때도, 그녀는 조용히 흐느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이 기대감 속에서 홍조를 띄고 있다…

“무슨 소리야. 신무기는 아직 개발 중이라고 하던데?”

사리아가 의심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3년 동안 속속들이 진짜 군인이 되어 버린 그녀는 연약한 미냐를 좋아하지 않았다. 전투나 임무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어린애일 뿐이라고 늘 투덜거렸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한번은 일찍 죽어야 할 녀석은 죽지도 않는다고 술김에 소리치는 바람에 다른 대원과 주먹 싸움이 벌어진 일도 있다. 그때도 미냐는 아무 말도 없이 웅크리고만 있었다.

“아니에요. 다 만들었대요. 오늘 발표한대요’

평소와 다른 미냐의 발끈한 말대답에 사리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그녀가 뭔가 소리치려는 찰나, 스크린에 환한 불빛이 켜졌다. 두캇, 젠스, 사리아, 미냐 그리고 숙소 안의 모두는 동시에 화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스카리스 대원수의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

“저 사람이 아직도 살아있었단 말이야…?”

대원들이 웅성거렸다. 케프리 시의 괴멸에 따른 정부의 붕괴 속에서도 그는 살아남았던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미리 녹화된 영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우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대원수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숙소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여러분께 기쁜 소식을 전해 드리겠다. 전쟁은 끝났다!”

그리고 그는 마치 반응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젠스와 사리아는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두캇 상사조차도, 그 거칠고 기계적인 얼굴에 놀란 빛을 띄우고 있었다. 그러나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난 3년간 불리한 전황 속에서 우리는 전 인구의 40%를 잃었다. 370 개 지역이 핵공격을 받았고,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과 도시는 저 외계의 원수들에게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기술은 저들의 모행성을 공격할 화력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젠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대원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멍하니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과학자들은 그런 동안에도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우리의 생존을 지켜내기 위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많은 노력과 희생 끝에, 우리는 식민지의 힘을 빌어 우주공간에서 극비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다행히도 얼마 전 그 완성을 볼 수 있었다.”

사리아가 화색을 띠며 의기양양하게 젠스를 돌아보았다.

스카리스는 계속 말했다. 이런 소식을 전하면서 아무런 표정도 없는 것으로 보아 합성된 영상인 것 같았지만, 그런 것에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더 이상 말로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된다. 지금부터 볼 영상은 6시간 전인 정오 무렵에 적 행성을 촬영한 것이다.”

그리고는 대원수의 늙은 얼굴이 사라지고, 화면은 노이즈 상태로 변했다. 기껏해야 10초도 되지 않았을 시간이 마치 몇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러나 잠시 후, 너무도 익숙한 적 행성의 추한 모습이 거대한 화면에 가득 나타났다. 이를 본 대원들이 분노와 저주의 신음을 흘렸다.

스카리스의 목소리가 배경으로 흘렀다.

“이제 행성의 중앙부를 주목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는 다음 순간, 화면의 좌측에서 거대한 붉은색 섬광이 행성을 비치는 듯 했다. 모두가 어리둥절해 있던 찰나, 적의 행성 중앙부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은 너무도 커서 마치 행성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아니, 분명히 흔들렸다.

그리고는 불길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섬광 맞은 반대편 우측으로 엄청난 양의 파편이 튕겨져 나갔다. 파편의 양이 너무 많아 행성이 통째로 파괴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우주 공간이라 당연한 일이지만 고막을 뚫는 폭음이 들리지 않는 게 어색할 지경이었다.

대원들은 눈이 휘둥그래져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뭐지?”

젠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지만, 역시 충격 속에 영상을 지켜보던 사리아가 자신의 입에 손을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 영상은 6시간 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촬영한 것이다. 우리 과학자들의 신병기에 의해 적의 모행성은 완파되었으며, 핵미사일을 포함 모든 무기는 물론, 행성 표면과 지하의 모든 생명체들도 소멸하였다”

합성된 영상인데도 스카리스의 얼굴은 마치 떨리는 것 같았다.

“완벽하고 최종적인 승리다. 적은 사라졌고 우리는 이겼다!”

그리고는 5초쯤 지났을까. 막사 안에서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들어보지 못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미냐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제자리에서 뛰고 있었다. 사리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 앉았다. 눈물이 뺨을 따라 흘러 내렸다. 두캇 상사의 상어 같은 눈에도 분명 눈물이 고여 있었다. 전쟁 초기에 가족을 모두 잃고, 얼굴의 반쪽만 남긴 채 복수의 칼을 갈던 그였다. 승리하기 전엔 죽을 자격도 없다는 그, 사실 대부분의 병사들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젠스는 이상하게도 차분했다. 물론 기뻤다. 다만 실감이 나지 않았던 걸까. 영원할 것 같던 전쟁이 이렇게 싱겁게, 어느 한 순간에, 그것도 우리의 승리로 끝나 버리다니. 1년 전 강화 협상을 위해 중간 지역으로 가던 대표단의 우주선마저 파괴해 버린 저들을 보고 그는 모든 희망을 잃었었다.

‘우린 결코 저렇게 잔인할 수는 없을 거다. 우리가 패하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야’

그 이후 그저 죽지 못해 전투에 참여했을 뿐이고, 명령 때문에 장비들을 수리했을 뿐이며, 이젠 그저 전우애로 변해버린 사리아와의 옛 추억, 그리고 어떻게든 감싸주고 싶었지만 드러내지는 못했던 미냐에 대한 감정 때문에 버티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이겨 버리다니. 저렇게 완벽하게.

이런 느낌에 빠져 있는 동안 전우들은 모두 얼싸안고 소리치고 있었다. 아니, 젠스 자신도 이제 그러고 있었다. 핵미사일 한발에 기화해 버린 사일라섬 출신의 여걸 나브란과 안고 뒹굴었고, 책벌레였지만 이제는 누구보다도 강인한 전사가 된 도레프, 그리고 추악한 적의 지상군이 출몰했던 전쟁 중기에 눈앞에서 가족이 도륙당한 사냥꾼 출신의 브란투… 그들 모두와 얼싸안고 쓰러졌다.

24명 모두, 아니 죽은 대원들까지 합쳐 젠스 상병이 그 사연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 끝났다. 승리와 함께 복수를 이루고 만 거다.

흥분이 조금 잦아들었을 때 젠스는 사리아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한쪽 구석에서 두캇 상사와 길고 긴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풋….’

언젠가부터 화면에는 이 승리를 이끌어낸 영광의 신무기가 비춰지고 있었다. 그것은 식민지의 궤도에 떠올려진 거대한 인공위성이었다. 광선무기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형의 내부 반사체를 가급적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저렇게 큰 구조물을 만들어 내다니. 가까이서 물자를 조달할 식민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원들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며 대원수의 이름을 연호하는 동안, 왠지 또 차분해진 젠스는 슬그머니 밖으로 걸어 나왔다.

막사 옆의 엄폐물 – 지상군은 이미 오래 전에 물러갔고, 핵공격에는 아무런 소용도 없을 – 을 지나 그는 풀이 듬성듬성 나 있는 작은 언덕으로 혼자 올라갔다. 이 시간이면 육안으로 적의 행성을 볼 수 있다. 어스름해진 하늘의 반대편에 별들이 떠오르고 있었고 그것은 저들 중 하나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십 번이나 했던 일인데 이상하게 그 녹색 행성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잠시 어리둥절했던 젠스는 방금의 영상을 다시 떠올린 후에야 이해할 수 있었다. 저기 저 볼품없는 붉은 별이 바로 그것이었던 거다. 육지와 생명체는 물론 물과 대기까지도 모조리 증발되어 버린 그 별은 이제 저렇듯 흉하게 타버린 시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그는 이 모든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눈으로 저 악마들의 시신을 목도한 지금, 이제 더 의심하거나 두려워할 것은 없다. 어딘가에 약간의 잔당이 있을지 모르지만 더 이상 우리의 상대가 되지는 않는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이 세계의 재건일 뿐이다. 상처를 치유하고 질서를 회복하는데 오랜 세월이 걸릴지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의 고향 행성 Zion 은 이겼고 또 살아남았다. 그것만으로도 희망은 충분하지 않은가?

어느덧 해가 기울면서 언덕 너머 멀리 노을이 지고 있었다. 구리 빛 노을 속에서 그는 조금씩 감상적이 되어 갔다. 이제 막사로 돌아가서 미냐를 찾을 것이다. 그녀를 껴안고는 두캇과 사리아보다 더 격정적인 키스를 할 것이다. 그리고는 함께 시골에서 정착해 작은 과일나무들을 키우며 살고 싶었다.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고 많은 자손을 남길 것이다.

젠스 상병은 미소를 띠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의 한 구석… 노을은 이제 아름답기 그지없는 금붉은 색을 길게 드리우고 있었다.

그때, 그 위에 못 보던 별 하나가 젠스의 눈에 들어왔다.

‘저건 뭐지…?”

별은 조금씩 커지는 것 같았다. 착각인가…? 호기심 속에서 잠시 바라보고 있던 그는 이내 깨달았다. 커지는 게 아니라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유성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쪽에서 작은 섬광이 번뜩였다. 빛은 크지 않았지만 눈이 부실 정도로 환했다. 아마 큰 유성이 대기권에 진입해 폭발한 것이리라.

‘참 묘한 우연이군…’

젠스는 유성이 사라진 하늘에서 마지막 태양빛을 머금고 뻗쳐 오는 긴 노을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미냐에게 돌아갈 시간이다. 더 늦으면 다른 녀석이 선수를 칠지도 모른다. 수줍은 그녀도 그에게만은 친절했다.

하지만 기대감을 품은 채 종종걸음으로 언덕을 내려가던 젠스는 몸이 위로 살짝 뜨는 것을 느꼈다. 어지러워 그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긴장이 풀려서 현기증이 난 걸까? 하지만 어지러움은 점점 심해져만 갔다. 몸이 위아래로 조금씩 떴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지진인가…?’

젠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땅이 흔들리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아니, 소리라기 보다는 울림이었다. 초저주파 진동 때문에 배와 흉강 내부가 울렁거렸다. 메스꺼워 토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는 잠시 후 이상한 열기가 훅 하고 뿌려졌다.

‘왜 이렇게 덥지…?’

젠스는 어느새 혼미해지려는 머리를 들어 해가 지는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과는 다른 미쳐버린 노을이, 길게, 서서히, 거대한 불길이 되어 온 세상을 덮쳐오고 있었다.

그는 무겁고 휘청거리는 몸을 일으켜 본능적으로 막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안에서는 누가 틀었는지 흥겨운 음악이 크게 들려 왔다. 하지만 음악소리는 점점 커지는 압도적인 진동음에 이내 묻혀 갔다.

그는 막사를 향해 소리치려 했다. 사리아, 미냐, 상사님…

하지만 그러기엔 등이 너무 뜨거웠고 입은 이미 바짝 말라 있었다. 다음 순간 젠스는 그만 땅바닥에 던져지듯 나뒹굴고 말았다. 군복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벌거벗은 채였다. 머리카락도 이미 타버리고 없었다. 무력감과 함께 심한 통증이 엄습했지만, 바닥에서 뒹굴면서도 그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온 힘을 다 했다.

그 순간, 젠스는 기적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이내 머리 속에서 기억이 하나씩 지워져 갔다. 어머니와 아버지,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 사리아와의 설레는 만남, 전쟁의 발발, 수많은 전투와 임무, 동료들의 죽음, 승리의 기쁨.

그리고 마냐에 대한 애정과 조금 전의 그 유성까지도.

…이제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기나긴 노을> 끝

To be continued


 
 

예전에 너무 재미있게 보았던 글인데 딴지일보에서 이미 사라지고 없어서 어렵게 구해서 올려 봅니다.

딴지 일보 http://www.ddanzi.com 에 연재 됐던걸
탱(Taeng’s Blog)의 블로그 http://devilishfire.blog.me 에서 퍼옴

1621092

2011년에 책으로도 발간되었는데 현재 수급상황이

여의치 않아 새로운 출판사를 물색 중이다.

사진은 우원의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한 봉모 감독.

구매를 원하시는 분은 여기로…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702345

파토님 재미있는 글 감사드리고 저작권에 문제가 있으면 조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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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와 굉장히 재밌게 봤어요ㅋㅋㅋ 예전에 다읽었는데 잠깐 세월호 7시간 소설보다가 이글이 생각나서 와봤습니다ㅋㅋㅋㅋㅋ이런류의 글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제 취향저격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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